
[ philo+scop ] 철학적 개념을 렌즈 삼아 현대사회의 현상과 일상을 해석합니다.
세번째 글은, 바쁜 현대인의 삶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시간 속에서, 시간에 쫓겨, 시간 없다는 말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간을 잃어버린 현대인. 하이데거는 '현존재'라는 개념으로 인간의 본질을 시간성에서 찾고, 시간을 살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를 인간으로 보았습니다. 하이데거의 철학을 통해 시간의 개념을 이해하고 현재를 머무는 시간으로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서론
1. 현대인의 시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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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0.1 문제 제기: 왜 현대인은 늘 시간이 부족한가?
“오늘 하루가 왜 이렇게 짧지?”라는 말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스마트폰 알람에 맞춰 눈을 뜨자마자 하루는 빠르게 흘러가고, 미처 숨 고를 틈도 없이 저녁이 찾아온다. 해야 할 일은 끝이 없고, 주말조차 금세 사라진다. 우리는 24시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시간이 부족하다 말한다.
그런데 정말 시간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시간을 경험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일까?
0.2 하이데거의 ‘현존재(Dasein)’와 시간성의 개념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을 “현존재(Dasein)”라고 불렀다. 현존재는 단순히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시간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끌어안고 살아가는 존재다. 그는 인간의 본질을 시간성(temporalität)에서 찾았고,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는지가 곧 삶의 의미를 결정한다고 보았다.
1. 현대인의 시간 압박
1.1 “시간이 없다”는 말의 일상성
현대인의 일상 언어에서 “시간이 없어”는 가장 흔한 표현이다. 회사원은 프로젝트 마감 때문에, 학생은 시험과 과제 때문에, 부모는 육아와 직장 일을 병행하느라 늘 시간이 부족하다 말한다. 심지어 여가조차 “시간 관리”의 대상이 된다. 여행을 가도 빽빽한 일정표를 짜고, 휴일에도 ‘해야 할 일’ 목록이 따라붙는다.
1.2 촉박한 삶이 만들어내는 불안
하이데거가 말한 인간의 근원적 정서 중 하나는 **불안(Angst)**이다. 오늘날의 불안은 단순히 업무량 때문이 아니라, 언제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뒤처질까 두려워하는 데서 비롯된다. “시간을 놓치면 나는 뒤처진다”는 압박은 SNS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남들이 무엇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나만 멈춘 듯한 불안은 더 커진다.
2. 하이데거의 ‘현존재’ 이해하기
2.1 인간은 시간 속에서 존재한다
하이데거에게 인간은 단순히 ‘현재’를 사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 속에서 살고, 미래를 기대하거나 두려워하면서 현재를 경험한다. 예를 들어, 시험을 앞둔 학생은 오늘을 온전히 누리기보다, 다가올 미래의 결과 때문에 현재가 무겁게 느껴진다. 즉,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시계의 바늘이 아니라, 삶을 짜는 구조다.
2.2 미래지향적 존재와 죽음을 향한 존재
하이데거는 특히 인간을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Sein-zum-Tode)**라고 규정했다. 인간은 끝이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기 때문에, 미래는 항상 불안과 기대가 섞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삶을 촉박하게 만들고, 우리는 현재를 온전히 체험하기보다 “다가올 시간”에 사로잡히게 된다.
3. 촉박한 일상과 현존재의 왜곡
3.1 일정과 마감 속에서 사라지는 현재
스마트폰 캘린더, 할 일 목록 앱, 업무용 협업 툴은 시간을 관리하는 도구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도구는 우리의 현재를 더 압박한다. “지금 이 순간”은 사라지고, 언제나 “다음 할 일”로 미뤄진다. 마치 현재가 단순히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징검다리처럼 취급된다.
3.2 영화 '인 타임'과 시간의 상품화
영화 인 타임은 시간을 화폐처럼 거래하는 세계를 보여준다. 사람들의 팔에는 남은 시간이 디지털 숫자로 표시되고, 커피 한 잔을 사는 데도 시간이 깎인다. 이 설정은 현대인의 삶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실제로 시간을 돈처럼 계산하고 거래한다. “한 시간 아르바이트”, “월급까지 며칠 남음” 같은 표현은 시간을 이미 화폐화된 자원으로 다루는 방식이다.
3.3 ‘할 일 목록’에 갇힌 현대인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할 일”을 기록한다. 하지만 하루가 끝나면 대부분 그 목록은 끝나지 않는다. 그러면 다음 날로 미뤄지고, 다시 새로운 목록이 추가된다. 이 과정은 성취감을 주기보다 더 큰 압박을 만든다. 우리는 현재를 경험하기보다, 미래의 할 일에 쫓기며 살아간다.
3.4 책 『느림의 발견』과 대안적 삶
카를로 페트리니의 『느림의 발견』은 패스트푸드에 대항해 ‘슬로우 푸드 운동’을 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속도의 폭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히 식사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시간과 삶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이다. 우리는 빨리 먹고 빨리 처리하는 습관 속에서 현재의 깊이를 잃어버리고 있다.
4. 새로운 시간의 가능성
4.1 느림의 미학과 존재의 회복
하이데거는 현대인이 “존재를 망각”했다고 말했다. 존재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과의 관계를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산책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걷는 과정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다. 독서 역시 단순히 지식을 얻는 수단이 아니라, 시간을 음미하는 행위일 수 있다. 느림은 단순한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를 되찾는 방식이다.
4.2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와 현재의 경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은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어느 순간 현실 속 모험에 뛰어들면서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이 영화는 현재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준다. 하이데거의 사유와 연결하면,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현존재가 의미를 부여하는 장임을 일깨운다.
4.3 현재를 ‘머무는 시간’으로 만드는 방법
철학적 성찰은 거창하지 않다.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고, 커피 향을 음미하며, 대화에 온전히 몰입하는 순간들이 필요하다. 이런 경험은 촉박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체험하게 한다. 현재를 단순한 징검다리가 아니라, 머무는 자리로 만들 수 있다.
결론
5.1 하이데거가 던지는 메시지
하이데거는 인간을 단순히 시계를 따라가는 존재가 아니라, 시간을 살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로 보았다.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을 잘못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다.
5.2 시간의 철학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
현대 사회는 속도를 미덕처럼 여긴다. 하지만 빠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잃고, 현재를 소모한다. 하이데거의 철학은 이렇게 묻는다. “나는 시간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시간은 더 이상 부족한 자원이 아니라, 의미를 창조하는 삶의 무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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