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hilo+scop ] 철학적 개념을 렌즈 삼아 현대사회의 현상과 일상을 해석합니다.
첫번째 글은, 유튜브, SNS 등 우리는 일상에서 알로리즘 속에서 살아갑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소비하는 것 같지만, 알고리즘 속에서 나의 자유의지라는 게 있기는 하는 걸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한나 아렌트를 통해 디지털 사회의 선택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알고리즘의 고리 속에서 자율적 주체,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를 사유해 봅시다.
서론
1. 알고리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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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0.1 문제 제기: “내 선택은 진짜 나의 것인가?”
유튜브를 켜면 다음 영상을 자동으로 추천받고, 인스타그램을 열면 내 취향에 맞춘 릴스가 줄줄이 나온다. 우리는 “내가 보고 싶어서 본다”고 생각하지만, 그 선택은 정말 순수한 내 의지일까? 어쩌면 이미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이 내가 무엇을 좋아할지 계산해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한다. 점심 메뉴, 읽을 기사, 쇼핑할 물건, 들을 음악까지. 그런데 이 선택들이 정말로 자유로운 선택일까, 아니면 시스템이 정해 준 좁은 범위 안에서 고르는 것일까?
0.2 아렌트 철학과 디지털 사회의 만남
20세기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을 “노동, 작업, 행위”로 나누며, 특히 **행위(action)**에서 인간다움과 자유의 의미를 찾았다. 행위는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고, 이는 곧 자유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알고리즘이 선택을 대신하는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자유로운 존재일까? 이 글은 아렌트의 사유를 빌려 디지털 사회와 자유의지를 새롭게 읽어내려 한다.
본론
1. 알고리즘의 시대
1.1 추천 시스템의 작동 방식
알고리즘은 단순한 계산 공식이 아니다. 구글, 넷플릭스, 틱톡의 추천 시스템은 우리의 클릭, 시청 시간, 좋아요 기록 등을 분석해 “다음에 무엇을 원할지”를 예측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취향은 점점 강화되고, 때로는 왜곡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한 영화를 끝까지 본 사람들의 행동을 바탕으로 유사한 영화를 추천한다. 이는 편리하지만, 동시에 내가 원래 보지 않았을 새로운 세계로부터 나를 멀어지게 만든다. 선택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좁아진 세계 속을 맴도는 셈이다.
1.2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자동 선택
오늘날의 추천 시스템은 단순히 콘텐츠 소비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쇼핑몰의 “추천 상품”, 배달앱의 “인기 메뉴”, 심지어 구직 플랫폼의 “적합한 채용공고”까지,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알고리즘이 권하는 선택지를 고른다. 마치 우리가 스스로 고른 것 같지만, 사실은 이미 걸러진 목록 안에서 고르는 것이다.
2. 자유의지란 무엇인가
2.1 아렌트의 ‘행위’ 개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행위(action)”를 특별히 강조했다. 행위는 단순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능력이다. 우리가 기존 질서와 달리 새로운 가능성을 열 때, 비로소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
즉, 자유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열 수 있는 능력”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알고리즘이 정한 틀 안에서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행위는 자유라기보다는 습관화된 반응에 가깝다.
2.2 선택과 책임의 관계
자유의지는 책임과 연결된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할 때, 그것이 나의 자유로운 결정이라면 그 결과 역시 내가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시스템이 나의 선택을 강하게 유도하거나 사실상 대신 결정한다면, 책임의 주체는 누구일까? 알고리즘일까, 아니면 여전히 나일까? 이 질문은 오늘날 자유 개념을 재검토하게 만든다.
3. 디지털 사회와 자유의지의 충돌
3.1 영화 소셜 딜레마 속 알고리즘의 그림자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는 우리가 무료로 쓰는 SNS 서비스 뒤에서 실제로는 광고와 데이터 산업이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플랫폼은 사용자가 앱에 더 오래 머물도록 설계하며, 그 과정에서 개인의 의지보다 **주의(attention)**를 먼저 사로잡는다.
예를 들어, 푸시 알림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의도치 않게 앱을 열고, 몇 분간 스크롤을 내린다. 이때 “내가 열었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시스템이 나를 불러낸 것이다.
3.2 ‘나의 선택’과 ‘시스템이 만든 선택’의 경계
알고리즘은 우리의 자유의지를 빼앗아 가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문제는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지가 이미 좁혀진 상태에서 고르는 것일 수 있다.
마치 음식점에 들어가 메뉴판을 받아 들었는데, 사실 메뉴판 자체가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줄어든 상태라면? 나는 여전히 선택하지만, 그 선택은 이미 제한적이다. 디지털 사회에서 우리의 선택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4. 새로운 질문: 자유의지를 회복할 수 있는가?
4.1 알고리즘을 거부하는 작은 실천들
자유의지를 회복한다는 것은 거대한 시스템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내가 왜 이 선택을 하는지 자각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 유튜브 자동재생 끄기
- SNS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앱 활용하기
- 일부러 내가 평소 관심 없는 콘텐츠 탐색하기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우리는 알고리즘이 짜놓은 틀을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
4.2 ‘자율적 주체’로서 살아가기
아렌트가 말한 자유는 새로운 시작을 열 수 있는 능력이다. 디지털 시대의 자유는 알고리즘이 주는 선택지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다른 가능성을 열어보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자동 추천 뉴스 대신 직접 신문사의 다양한 섹션을 찾아 들어가는 것, 쇼핑몰의 추천 상품 대신 지역 서점이나 공방을 방문하는 것이 그 실천이다.
결론
5.1 아렌트가 던지는 메시지
한나 아렌트는 자유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선택을 대신해 주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욱 의식적으로 새로운 시작을 열어야 한다.
5.2 디지털 시대, 철학적 성찰의 필요
알고리즘과 자유의지의 충돌은 단순히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문제다. 우리는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질문해야 한다.
- 이 선택은 정말 내 것인가?
- 아니면 시스템이 대신 정한 것인가?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다시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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