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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logue

13. “Here’s to the ones who dream” - 라라랜드(2016)

by orossiwithu 2025. 10. 8.

[scene+logue] 스쳐간 장면에 머물러, 마음에 스민 이야기를 꺼냅니다.

열세 번째 장면은 영화〈라라랜드(La La Land,2016)〉입니다.

미아는 오디션장에서 작은 노래를 부릅니다.
“Here’s to the ones who dream, foolish as they may seem.”

(꿈꾸는 이들에게 바치는 노래, 비록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그 순간은 단순한 오디션 장면을 넘어, 모든 예술가와, 모든 꿈꾸는 사람들의 초상으로 확장됩니다.
오늘은, 그 장면에 머물러 보려 합니다.

 “Here’s to the ones who dream” – 꿈꾸는 이들에게 바치는 노래

1. 프롤로그 (Scene Drop)

라라랜드는 한 편의 뮤지컬 영화이자, 동시에 현실적인 꿈과 사랑의 서사입니다.
영화는 교차로 위에서 차들이 멈춰서고, 사람들은 갑자기 차 문을 열고 나와 노래와 춤을 추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Another Day of Sun”*이라는 경쾌한 노래는, 이 도시의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의 꿈을 쫓아 헐리우드에 왔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꿈의 반짝임 이면에 놓인 현실의 무게를 보게 됩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은 순수한 음악을 고집하다 기회를 놓치고,
배우 지망생 미아는 수많은 오디션에서 좌절을 경험합니다.
그들의 삶은 늘 벽에 부딪히지만, 동시에 서로의 만남을 통해 희망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한가운데, 미아는 중요한 오디션을 앞두고 노래를 부릅니다.
“Here’s to the ones who dream, foolish as they may seem.”

(꿈꾸는 이들에게 바치는 노래,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이 순간은 그녀의 개인적 이야기를 넘어, 모든 꿈꾸는 자들을 향한 헌사로 확장됩니다.

 

이 장면을 바라보는 우리는 깨닫습니다.
꿈은 언제나 위험하고, 미련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2. 정지화면 (Freeze Frame)

이 장면을 멈춰 세우면, 조명이 꺼진 방 안에 오직 미아의 목소리와 얼굴만이 남습니다.
화려한 세트도, 군무도 없는 단순한 구도 속에서, 관객은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화려한 기교가 아닌 고백입니다.
“내 이모는 파리에서 다리 위로 뛰어내렸어, 하지만 결국 예술을 남겼어.”
그 고백은 개인적인 슬픔이자, 동시에 모든 예술가의 운명을 압축하는 상징으로 다가옵니다.

 

정지된 화면처럼 바라보면, 이 장면은 오디션이라기보다 ‘증언’에 가깝습니다.
자신의 꿈을 향한 증언,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기록.
관객은 그 속에서 자신의 지난날을 떠올립니다.

 

우리가 포기했던 꿈,
끝내 붙잡지 못한 순간,
그럼에도 계속해서 마음속 어딘가에서 빛나는 장면들.

 

이 장면은 오디션을 넘어,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무대입니다.


3. 내면의 메아리 (Inner Echo)

이 노래가 우리 마음에 메아리처럼 남는 이유는,
누구나 언젠가 꿈꾸는 자였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우리는 누구나 무대에 서거나, 하늘을 나는 상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현실의 무게는 점점 커집니다.
안정적인 직장, 타인의 기대, 사회의 기준이 우리를 둘러싸면서, 꿈은 점점 ‘사치’로 여겨집니다.

 

라라랜드의 이 장면은 우리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어린 나’를 불러냅니다.
그 시절의 열망,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믿음.

 

“Here’s to the hearts that ache, here’s to the mess we make.”

(상처받은 마음에게, 우리가 만들어낸 혼란에게 바친다.)
이 가사는 단지 예술가의 고백이 아닙니다.
실패와 후회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모든 사람들의 노래입니다.

 

그래서 이 장면은 단순한 감동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불씨를 다시 흔듭니다.


4. 겹쳐 읽기 (Cross Reading)

이 장면은 철학적으로 읽을 때 더욱 흥미롭습니다.
철학자 니체는 “예술이 없다면 진실은 견딜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예술은 허상이 아니라, 삶을 버티게 하는 근원적인 힘입니다.
미아의 노래는 바로 이 니체적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동시에, 라라랜드의 결말은 이 노래와 맞닿아 있습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끝내 함께하지 못하지만, 각자의 꿈을 이뤄내며 서로의 기억 속에 남습니다.
즉, 꿈과 사랑은 늘 충돌하지만, 그 충돌 속에서 삶은 더 빛나게 됩니다.

 

또한 이 장면은 발터 벤야민의 ‘순간의 아우라’ 개념과도 이어집니다.
벤야민은 어떤 순간은 반복 불가능하며, 그 자체로 독특한 빛을 가진다고 했습니다.
미아의 노래는 바로 그런 아우라의 순간입니다.
그것은 단 한 번뿐인 경험이지만, 영원히 마음에 남는 울림으로 이어집니다.


5. 여운 (Aftertaste)

영화가 끝날 때, 미아와 세바스찬은 서로를 바라봅니다.
함께 하지 못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깊은 존중과 사랑이 남아 있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습니다.
꿈은 반드시 성취로 귀결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이미 빛난다는 것을.

 

“Here’s to the ones who dream, foolish as they may seem.”

(꿈꾸는 이들에게 바친다,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이 문장은 단순히 미아의 노래가 아니라, 영화 전체의 메시지이며, 관객 모두에게 건네는 헌사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여전히 꿈꾸는 자들입니다.
그 꿈이 크든 작든, 실현되든 아니든, 그 자체로 우리의 삶을 노래하게 만듭니다.

 

라라랜드는 말합니다.
“꿈꾸는 것이 곧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마음속에서 그 노래를 반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