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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지식 노트

더 많이 가지면 행복할까? 에리히 프롬이 던지는 근원적 질문: 소유냐 삶이냐

by orossiwithu 2026. 1. 20.

우리는 소유하기 위해 사는가, 존재하기 위해 사는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속삭입니다. "더 좋은 차를 타고, 더 넓은 집에 살며, 더 높은 지위를 얻어야 비로소 가치 있는 인간이 된다"라고 말이죠. 우리는 무엇을 '소유'했는지가 곧 나의 '정체성'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풍요로운 소유 속에서 현대인의 정신적 빈곤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그의 저서 《소유냐 삶이냐》를 통해 우리 삶의 방식을 두 가지로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바로 '소유적 실존 양식'과 '존재적 실존 양식'입니다.

우리 흔히, 장바구니를 채우는 것으로 스트레스 풀고는 하잖아요. 저도 한때 그랬거든요. 지름신이라는 말도 유행했었고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가진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어요. 자산의 숫자를 늘리는 일에 매몰되다 보면 정작 그 자산을 누려야 할 '나'라는 '존재'를 잃어버리기 쉬운 것 같아요. 에리히 프롬의 통찰은 부의 축적 너머의 진정한 삶을 바라보고 합니다. 오늘은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두 가지 삶의 방식을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행복의 방향을 인문학적으로 탐구해 보겠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 책 내용을 바탕으로 한 존재적 실존 양식과 행복의 조건 설명 이미지

 


1. 소유적 실존 양식: "나는 내가 가진 것이다"

소유적 양식에 지배되는 사람의 행복은 타인보다 우월한 소유물을 갖는 데서 옵니다. 이들은 지식, 명예, 재산은 물론 인간관계조차 '소유'의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친구가 많다는 것, 유능한 배우자를 가졌다는 것 등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소유적 삶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잃어버리는 순간, 나의 존재 가치도 함께 무너진다는 불안감입니다. "나는 내가 가진 것"이기 때문에, 소유물을 잃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이러한 불안은 필연적으로 타인과의 경쟁과 시기심을 낳고, 결국 우리를 끝없는 탐욕의 굴레로 몰아넣습니다.

2. 존재적 실존 양식: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

반면 존재적 양식은 '살아있음' 그 자체에 집중합니다. 무언가를 소유하려 애쓰기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행동하는 과정에 가치를 둡니다. 존재적 인간은 지식을 암기하여 소유하려 하지 않고, 그 지식을 통해 세상을 깊이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스스로를 변화시킵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공유'할수록 커진다는 점입니다. 소유물은 나누면 내 몫이 줄어들지만, 사랑이나 지혜, 기쁨과 같은 존재적 가치는 나누면 나눌수록 더 깊고 넓어집니다. 존재적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소유물을 잃는다는 것이 존재의 상실을 의미하지 않기에, 그들은 훨씬 더 자유롭고 능동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3. 현대인의 고질병: '소유'로 치환된 관계와 사랑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들이 사랑마저 소유하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연인을 내 통제 아래 두려 하거나, 자녀를 나의 소유물처럼 여기며 대리 만족을 느끼는 행위가 대표적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의 성장을 돕고 그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존재적 행위'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사랑이라는 이름의 '소유'를 행하고는 합니다.

우리가 대화할 때 "나는 ~를 가지고 있다"는 표현을 얼마나 자주 쓰는지 살펴보세요. 단순히 물건뿐만 아니라 "나는 고민이 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처럼 추상적인 감정조차 소유의 형태로 표현하곤 합니다. 이러한 언어적 습관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삶을 소유의 관점으로 가두는 틀이 됩니다.

4. '소유'의 감옥에서 벗어나 '존재'의 기쁨으로

프롬은 우리에게 소유를 아예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육체적 생존을 위한 '기능적 소유'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소유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린 '소유 중심적 삶'을 경계하라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삶의 무게중심을 '무엇을 가졌는가'에서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로 옮겨야 합니다. 소비를 통해 공허함을 채우기보다 창조적인 활동에 몰입하고, 타인과 깊이 공감하며 연대하는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그것이 프롬이 말한 "소유의 사슬을 끊고 존재의 자유를 찾는 길"입니다.


당신은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먼 훗날 누군가 당신을 기억할 때, 당신이 남긴 통장 잔고의 액수로 기억되길 원하시나요? 아니면 당신이 나누었던 따뜻한 마음과 빛나던 지혜로 기억되길 원하시나요?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는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2026년 오늘날 우리에게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소유는 우리를 안락하게 만들지만, 존재는 우리를 충만하게 만듭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무언가를 더 소유하려는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오직 당신의 존재가 발하는 빛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진정한 나를 만나는 기쁨은 그 어떤 고가의 소유물보다 당신을 더 오랫동안 행복하게 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