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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note

24.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마음의 덫

by orossiwithu 2025. 11. 20.

[psyche+note] 일상의 심리를 기록하고 마음의 패턴을 읽어내는 노트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실’을 보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더 교활하다. 이미 믿고 있는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그 결론을 지지하는 근거만 선택적으로 수집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좋은 모습만 보이고, 미워하면 실수만 크게 보인다. 미래가 잘될 것 같으면 작은 징후도 ‘좋은 신호’로 해석하고, 안될 것 같으면 모든 것이 불길하게 읽힌다. 확증편향은 우리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잘못된 판단으로 이끄는 위험한 마음의 자동화 장치다. 오늘은 이 마음의 덫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벗어날 수 있는지 깊이 들여다본다.

1. 문제 제기: 왜 우리는 사실보다 ‘내가 믿고 싶은 것’을 먼저 보게 되는가
2. 심리학 배경: 확증편향의 작동 구조
   2-1. 감정과 믿음의 결탁
   2-2. 정보 선택의 왜곡
   2-3. 위험 예측의 오류
3. 일상의 사례들
   3-1. 관계에서 일어나는 확증편향
   3-2. 돈과 소비에서의 판단 착오
   3-3. 건강, 운세, 자기계발에서 나타나는 믿음의 증폭
4. 확증편향이 가져오는 문제들
   4-1. 관계의 오독
   4-2. 자기 인식의 오류
   4-3. 선택의 질 하락
5. 확증편향에서 벗어나는 마음의 기술
   5-1. ‘반례 찾기’ 훈련
   5-2. 감정과 판단의 분리 연습
   5-3. 48시간 결정 유예법
   5-4. 믿음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대기
6. 결론: 사실을 옳게 보는 사람보다, 자신을 똑바로 보는 사람이 되기

1. 문제 제기: 왜 우리는 사실보다 ‘내가 믿고 싶은 것’을 먼저 보게 되는가

확증편향은 우리가 생각보다 훨씬 더 자주, 더 폭넓게, 더 무의식적으로 빠지는 마음의 작동 방식이다.
“난 원래 사람을 잘 파악해.”
“이번에는 느낌이 좋아.”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야.”
이처럼 ‘이미 결정한 판단’을 지키기 위해, 마음은 그 판단을 지지하는 조각만 쏙쏙 골라내고 나머지는 무시한다.

확증편향은 단지 ‘착각’ 정도가 아니다.
그것은 사실을 보는 눈 자체를 바꾸고,
사람을 읽는 방식을 뒤틀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흐리고,
결국 삶의 전체적인 선택의 질을 낮추는 심리적 오류다.

문제는, 이 오류가
“내가 틀리지 않았다”라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에 우리가 이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확증편향은 ‘나를 보호한다’는 착각을 주지만, 사실은 가장 위험하게 우리를 속인다.


2. 심리학 배경: 확증편향의 작동 구조

2-1. 감정과 믿음의 결탁

확증편향은 단순한 정보 오류가 아니다.
그 밑에는 감정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은 이유 없이 더 좋아 보이고, 미워하는 사람은 이유 없이 모든 말과 행동이 신경에 거슬린다.

이때 감정은 믿음과 손을 잡는다.
“저 사람은 원래 무책임해.”
“저 사람은 진짜 착한 사람이야.”
이러한 ‘감정 기반의 결론’이 먼저 생기고, 마음은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아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래서 인간은 흔히 감정 → 믿음 → 근거 수집의 순서로 판단한다.


2-2. 정보 선택의 왜곡

확증편향의 가장 큰 특징은 맞는 증거는 확대하고, 틀린 증거는 삭제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원하는 주식이 오를 것 같으면 좋은 뉴스만 보이고
떨어질 것 같으면 악재만 더 찾아보게 된다.

제품을 사고 싶으면 리뷰 중 좋은 것만 기억하고
사기 싫으면 단점만 눈에 밟힌다.

마음은 늘 “내가 믿고 있는 방향”을 지지하는 정보만 선별한다.
이것은 검색 엔진뿐 아니라 인간의 뇌 자체가 일종의 ‘개인화 알고리즘’이기 때문이다.


2-3. 위험 예측의 오류

확증편향은 특히 미래 예측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 사람은 다음에도 이렇게 행동할 거야.”
“이번에도 분명 잘 안 될 거야.”
“이 패턴은 예전에 봤던 것과 같아.”

이런 식으로 과거 경험의 일부만 골라서 미래를 예측해 버린다.
문제는, 미래는 과거와 같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편안함을 위해 ‘이미 아는 것’을 기준으로 미래를 결정해 버린다.


3. 일상의 사례들

3-1. 관계에서 일어나는 확증편향

가장 흔한 예는 연애다.
좋아하는 사람의 단점은 안 보이고,
싫어하는 사람의 장점은 축소된다.

예를 들어,
연락이 늦는 사람이 있다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바쁜가 보지”라고 해석하고
별로인 사람에게는 “관심 없네”라고 해석한다.

또한, 오래된 관계에서는
“저 사람은 원래 그래”라는 틀을 먼저 만들어 놓고
그 틀에 맞지 않는 행동은 ‘예외’로 처리해 버린다.

확증편향은 결국 상대가 누구인지보다,
내가 그를 어떻게 보고 싶은지를 먼저 보여준다.


3-2. 돈과 소비에서의 판단 착오

확증편향은 투자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
내가 산 주식은 더 오를 거라고 믿고
그 증거만 찾아다니며
위험 신호는 ‘일시적’이라고 받아들인다.

쇼핑도 비슷하다.
사지 않으려면 단점이 훨씬 빨리 눈에 보이고
사고 싶다면 장점만 과장되어 보인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이건 합리적인 결정이야”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감정이 먼저 결정하고
이성을 끌어다가 설명서를 붙인 것에 가깝다.


3-3. 건강, 운세, 자기계발에서 나타나는 믿음의 증폭

누군가에게
“너 요즘 얼굴 좋아졌다”라고 들으면
갑자기 먹고 있는 영양제가 효과 있다고 느끼고

조금만 피곤해도
“역시 나는 체력이 약해”라는 낙인을 스스로 강화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운세·징크스처럼 흔들리는 믿음을
확증편향으로 더 견고하게 만든다.

한 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역시 이 방법이 맞았어”라고 결론짓고
나쁜 일이 생기면
“역시 불길했어”라고 의미를 덧붙인다.


4. 확증편향이 가져오는 문제들

4-1. 관계의 오독

확증편향은 타인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게 만든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이미 만들어 둔 ‘틀’ 안에 상대를 강제로 넣는다.

그렇게 되면
실제 상대의 성격, 변화, 노력은 보이지 않고
내가 보고 싶은 모습만 확대된다.
결국 관계는 관찰이 아니라 판단의 반복이 된다.


4-2. 자기 인식의 오류

확증편향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
한 번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결론을 내리면
그 결론을 강화하는 증거만 채집한다.

“난 의지가 약해.”
“난 원래 운이 없어.”
“나는 항상 실패해.”

이런 신념은 행동을 더 위축시키고
다음 선택마저 부정적으로 만들며
결국 실제 결과마저 신념과 닮아가게 만든다.


4-3. 선택의 질 하락

확증편향이 강하면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
그 정보의 정확성을 평가하기보다
‘내 믿음과 일치하는지’ 먼저 본다.

이것은
경험의 폭을 좁히고
사고의 폭을 축소하며
결과적으로 선택의 질을 떨어뜨린다.


5. 확증편향에서 벗어나는 마음의 기술

5-1. ‘반례 찾기’ 훈련

심리학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내가 틀렸을 수도 있는 근거”**를 일부러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 사람은 무심해”라고 단정짓기 전에
무심하지 않았던 사례를 최소 3개 찾는다.
반례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미 판단이 감정에 치우쳐 있을 가능성이 크다.


5-2. 감정과 판단의 분리 연습

판단하기 전에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인가?”를 먼저 살피는 것만으로도
확증편향의 30%는 줄어든다.

감정이 앞서 있을 때는
‘사실’이 아니라 ‘감정이 지지하는 사실’이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가 난 상태, 실망한 상태, 기대가 큰 상태에서는
중요한 판단을 잠시 미뤄야 한다.


5-3. 48시간 결정 유예법

즉각적으로 결론 내리는 것은 확증편향을 강화한다.
특히 인간관계, 투자, 지출, 직장 문제 등에서는
48시간 유예가 효과적이다.

이 시간 동안 감정은 가라앉고
사실은 다시 떠오른다.
48시간은 ‘판단의 속도’를 늦추고
사실과 감정을 분리해 준다.


5-4. 믿음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대기

확증편향의 해독제는 데이터다.
감정이 아닌 객관적 기록에 기대는 것이다.
관계도, 일도, 건강도 기록을 남기면
사실과 감정의 비율이 달라진다.

기록은 감정의 왜곡을 줄이고
더 넓은 시각을 제공한다.


6. 결론: 사실을 옳게 보는 사람보다, 자신을 똑바로 보는 사람이 되기

확증편향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 작동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안 빠지는 것’이 아니라
‘빠졌음을 빨리 알아차리는 능력’이다.

사람을 볼 때, 일을 판단할 때, 미래를 예측할 때,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우리는 마음의 덫에서 한 발 벗어난다.

확증편향에서 자유로워지는 일은
사실을 더 정확히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더 정직하게 마주하는 일이며
더 단단한 선택, 더 건강한 관계, 더 현실적인 미래를 만드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