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ene+logue] 스쳐간 장면에 머물러, 마음에 스민 이야기를 꺼냅니다.
스물한 번째 장면은,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입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 팀, 그리고 그가 사랑하게 된 여자 메리.
하지만 영화는 초능력보다 훨씬 더 평범한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바로 ‘지금’이라는 시간,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쉽게 지나쳐버리는 하루의 소중함.
팀의 아버지가 말하죠. “We're all traveling through time together, every day of our lives.”
오늘은, 그 따뜻한 문장에 머물러 봅니다.
“We're all traveling through time together” – 평범한 하루의 기적
1. 프롤로그 (Scene Drop)
처음 팀이 시간여행의 비밀을 알게 되는 장면.
아버지는 담담히 말합니다. “우리 집 남자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단다.”
그 말은 마법의 주문처럼 들리지만, 영화는 그것을 ‘기적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로 풀어냅니다.
처음엔 사랑을 얻기 위해 시간을 되돌립니다.
첫 만남을 망쳤다면 다시 시도하고, 어색했던 고백은 수정하고,
실패한 순간을 조금 더 완벽하게 바꾸기 위해 수없이 과거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팀은 깨닫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타이밍을 만들어도,
삶은 늘 예기치 않은 순간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결국 그는 시간을 되돌리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살아보려 합니다.
조금 더 여유롭게 출근하고,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평범한 하루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 진짜 행복을 발견하죠.
영화의 마법은 그래서 ‘시간을 바꾸는 능력’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을 바라보는 마음’에 있습니다.
2. 정지화면 (Freeze Frame)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팀이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시간을 되돌아가는 장면입니다.
둘은 함께 해변을 걷습니다.
바람은 잔잔하고, 하늘은 흐리지도 맑지도 않은 회색빛,
아버지의 웃음에는 담담한 이별이 묻어 있습니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파도를 바라봅니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순간.
이 장면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는 사람의 마지막 연습 같습니다.
팀은 그날 이후, 시간을 되돌리는 일을 멈춥니다.
이제 그는 모든 하루를 ‘한 번뿐인 하루’로 살기로 결심합니다.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 완벽을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오늘의 불완전함을 껴안습니다.
그 선택이야말로 영화의 진짜 전환점입니다.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를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그는 ‘현재’라는 기적을 잡게 되었으니까요.
3. 내면의 메아리 (Inner Echo)
영화의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우리의 내면을 깊게 울립니다.
우리는 종종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흘려보냅니다.
“조금만 더 준비하면 완벽할 거야.”
“다음 기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팀의 이야기는 속삭입니다.
그 ‘다음’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우리는 모두 시간여행자이지만, 단 한 방향으로만 이동합니다.
‘미래’로.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유일한 선물입니다.
팀이 깨닫는 행복의 본질은 ‘되돌림’이 아니라 ‘머묾’입니다.
좋은 커피 한 잔, 아침의 햇살,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
이 모든 건 되돌아보면 이미 지나간 장면이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매일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는 하루의 끝에서 말없이 미소 짓습니다.
“오늘은 정말 괜찮았어.”
그 짧은 한마디에 인생의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4. 겹쳐 읽기 (Cross Reading)
〈어바웃 타임〉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닙니다.
그것은 철학적 사유를 품은 ‘시간의 영화’입니다.
하이데거는 ‘존재는 시간 속에서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없다면 존재도 없고,
존재를 자각하는 순간이 곧 ‘삶의 의미’가 된다는 말이죠.
팀이 시간을 거슬러도 결국 현재로 돌아오는 이유는,
‘존재의 실감’이 바로 지금에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화는 ‘기억의 윤리’를 말합니다.
과거를 고치는 능력이 있다면, 인간은 끝없이 책임을 회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팀은 시간을 바꾸지 않고 받아들이는 선택을 합니다.
그건 성장의 윤리이자, 존재의 존엄에 대한 인정입니다.
팀의 아버지는 마지막에 말합니다.
“매일을 두 번 사는 거야.
한 번은 그냥 살고,
다음엔 천천히 그 하루를 음미하면서.”
이 문장은 단순한 인생 조언을 넘어,
삶을 ‘감각하는 기술’로 초대합니다.
5. 여운 (Aftertaste)
영화가 끝나고도 마음속에는 잔잔한 따뜻함이 남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간 속을 여행하는 사람들입니다.
되돌릴 수는 없지만, 기억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We're all traveling through time together, every day of our lives.”
(우리는 모두 매일의 삶 속에서 함께 시간을 여행하고 있어요.)
이 문장은 ‘시간’이라는 거대한 개념을
‘함께’라는 작고 따뜻한 말로 감싸줍니다.
삶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고,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웃고, 사랑하고,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바로 어바웃 타임이 말하는 ‘기적’입니다.
오늘 하루가 유난히 평범했다면,
그건 어쩌면 우리가 가장 완벽한 하루를 산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지금 이 순간을 더 빛나게 만들어 주니까요.
About Time은 결국 이렇게 속삭입니다.
“시간을 사랑하라. 그러면 인생이 조금은 천천히 흘러간다.”
그리고 그 말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습니다.
'scene+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3. “Whisper what you feel” –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2003) (0) | 2025.11.18 |
|---|---|
| 22. “All the best memories are hers” – /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0) | 2025.10.29 |
| 20. “Life isn’t like in the movies” – 시네마 천국(1988) (1) | 2025.10.23 |
| 19. “You can never replace anyone” - 비포 선셋(2004) (0) | 2025.10.22 |
| 18. “He was watching” – 라이프 오브 파이(2012) (0) | 2025.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