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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지식 노트

왜 대화할수록 더 외로울까? 마틴 부버가 말하는 '진짜 관계'의 비밀 (나와 너)

by orossiwithu 2025. 12. 26.

우리는 하루 종일 수많은 말을 하고 삽니다. 카톡을 주고받고, 회의를 하고, 친구와 수다를 떨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공허함이나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말을 섞었는데, 마음은 전혀 섞이지 않은 기분이죠. 저도 참여하는여러 모임이 있는데, 모임을 다녀와서는 정작 내 진심은 하나도 전달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거든요. 마틴 부버를 공부하고 나서, 이유를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오늘은 유대계 철학자 마틴 부버의 명저 《나와 너》를 통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선 '진짜 만남'이란 무엇인지 2,000자 분량의 깊이 있는 통찰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마틴 부버의 철학을 통해 진정한 인간관계와 대화의 본질을 설명하는 서정적인 이미지"

 

1. 마틴 부버가 발견한 두 가지 세계: '나와 그것' vs '나와 너'

부버는 인간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두 가지로 정의했습니다.

  • 나와 그것 (I-It): 상대방을 하나의 '도구'나 '대상'으로 보는 관계입니다. 내가 저 사람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저 사람이 나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지를 따지는 상태죠. 슬프게도 현대인의 대화 중 상당수가 이 '나와 그것'의 관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 업무적인 지시를 내릴 때, 심지어 친구를 만날 때도 "내 자랑을 들어줄 대상"으로만 상대를 본다면 그것은 '나와 그것'의 관계입니다.
  • 나와 너 (I-Thou): 상대방을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관계입니다. 어떤 계산이나 목적 없이, 그 사람의 존재 자체에 집중하고 반응하는 상태죠. 부버는 진정한 인간의 실존은 오직 이 '나와 너'의 만남 속에서만 완성된다고 보았습니다.

2. 왜 우리의 대화는 자꾸 겉돌기만 할까?

우리가 대화할수록 외로운 이유는 상대방을 '너'로 대하지 않고 '그것'으로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 자기중심적 투사: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도 내 머릿속으로는 다음에 내가 할 말을 생각합니다. 상대의 감정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조언이나 판단을 내릴 준비만 하죠.
  • 수단화된 관계: "이 사람을 알아두면 나중에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이 앞서는 순간, 상대는 '너'가 아닌 '그것'이 됩니다. '그것'과의 대화에는 영혼의 울림이 없습니다. 그저 데이터의 교환만 있을 뿐이죠.

3. '나와 너'의 대화를 시작하는 법: '사이'의 발견

부버는 "참된 삶은 만남이다"라고 말하며, 인간 사이의 **'사이(In-between)'**라는 공간에 주목했습니다. '나와 너'의 대화가 이루어질 때, 나에게도 너에게도 속하지 않는 제3의 영적인 공간이 형성된다는 것이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판단을 멈추고 현존하기: 상대를 내 잣대로 평가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그 사람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2. 침묵의 공유: 말이 끊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진짜 '너'를 만나는 대화에서는 침묵조차도 깊은 소통의 도구가 됩니다.
  3. 취약성 드러내기: 내가 완벽해 보이려 할수록 상대는 나를 '그것'으로 대하게 됩니다. 내 약점과 진심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 상대도 비로소 마음의 빗장을 풀고 '너'로서 다가옵니다.

4. 현대 사회에서 '나와 너'가 가지는 치유의 힘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로 우리는 연결되어 있지만 고립되어 있습니다. 수만 개의 '좋아요'보다 단 한 사람과의 '나와 너'식 만남이 우리를 더 깊이 치유합니다. 아들러가 인간관계에서 행복을 찾으려 했다면, 부버는 인간관계 그 자체가 신성한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너'라고 부르며 온 마음으로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고립된 자아에서 벗어나 전체의 일원이 되는 경이로움을 맛보게 됩니다.

5. 일상에서의 적용: 오늘부터 시작하는 인문학적 대화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퇴근 후 가족의 얼굴을 보며, 혹은 카페에서 주문을 하며 상대의 눈을 1초만 더 바라보세요. 그 사람이 나에게 커피를 주는 기계나 내 짜증을 받아줘야 할 대상(그것)이 아니라, 나만큼이나 귀하고 복잡한 내면을 가진 한 사람(너)임을 인식하는 것. 그 짧은 순간의 전환이 바로 '아모르파티'적인 운명의 수용이자, 진짜 관계의 시작입니다.

 

마틴 부버는 "인간은 너를 통하여 내가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타인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오늘 당신의 대화는 '나와 그것'이었나요, 아니면 '나와 너'였나요? 거창한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눈앞의 사람을 온전한 우주로 대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이제 대화를 마친 뒤 찾아오는 외로움에서 벗어나, 서로의 존재가 깊이 울리는 진짜 만남의 기쁨을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마틴 부버의 '나와 너' - 현대 철학의 거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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